“우리 이혼했어. 동사무소에 서류만 제출하면 모든 게 끝나.”
뜬금없이 통보받은 듯한 베스트 프렌드 수경이의 소식에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수경이는 그동안의 아픔을 주저리주저리 말하고 있다. 뭐, 당연히 힘들었겠지… 워낙 참을성 많고 진중한 성격의 수경이기에 힘든 결정이었을 거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하지만 나는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어느 누구보다 수경이는 절대로 이혼하면 안된다. 수경이가 이혼한다는 것은 나에게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수경이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우린 비슷한 면이 전혀 없었지만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어마어마한 가정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제가 많은 가난한 이혼가정. 게다가 아버지가 다른 가정을 가지고 있는 것까지 같았다. 우리는 밝지만 어두웠고, 즐거움 뒤엔 슬픔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는 어린 나이였지만 지금의 불행과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바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리라 다짐하곤 했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했지만 건강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건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분명, 나와 수경이는 약속했다.
성인이 되면서 나는 크나 큰 두려움에 휩싸였다.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심리학적인 공부들로 인해 나라는 사람을 깊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온갖 문제점이 가정환경에서 시작된 것을 알았고, 절대로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 번 실감했다. 이것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에 너무나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 또한 인정하게 되면서 나와 수경이의 가정이 걱정되곤 했다.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을 줄 줄 안다는 말이 나를 슬프게 했다.
나는 내 삶을 전면 개편해 보기로 다짐했다. “가난이든 이혼이든 절대로 대물림받지 않을 거야!!”라고 수없이 다짐하며 노력했다. 여러 교육과 세미나를 다니면서 내면을 치유하고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삶의 패턴과 연애 패턴을 바꿔야 한다기에 지금까지의 고정되어 있던 나의 패턴도 정리해 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상형의 남자를 찾아야 한다기에 이전 남자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인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나의 정신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가지고 행복하면서도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결혼 선배인 수경이의 이혼 소식은 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 많은 고충을 겪으며 살아온 수경이에게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 만들기는 힘든 일이었던 걸까? 내가 더 모난 게 많은 사람인데 나도 결혼 3년 차가 되면 이혼을 진행하지는 않을까?
안된다. 절대로 나의 미래가 그렇게 되면 안된다. 수경이도 절대로 이혼해서는 안된다. 세상의 흐름에 지면 안되고, 부모의 대물림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평범한 사람들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행복한 가정인 것을!! 우리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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