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가사분담

전화통화를 하다가 수경이가 갑자기 불만을 토로한다. 

“여러 번 부탁해도 쓰레기 한 번을 버려주지 않아.”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집안일을 가지고 많이 다투는 부부들은 대게 결혼 전까지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집안일’이란 개념도, 범위도 모르고 있다가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끝나지 않는 막노동을 하고 있다. 힘들게 느껴질 때마다 힘들어지게 된 시점을 떠올리게 되고, 그것이 바로 결혼한 시점이 되면서 심리적으로 배우자 탓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다. 한 명이 독립생활을 한 경험이 있더라도 배우자가 독립하지 않았던 사람이면 문제는 마찬가지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물론, 둘 다 독립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안 싸운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에서는 집안일에 대한 무지함이 기반이 되는 일이 없을 거라는 말이다. 이런 경우의 다툼은 개인적인 성향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예를 들면, 청소할 때 누구는 먼지가 싫어서 쓸고 닦는 일에 집중하는 반면, 누구는 물건이 정리되지 않는 것이 싫어서 정리정돈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다른 성향’에서 오는 다툼이 자칫 잘못하면 ‘집안일 문제’로 인식할 수도 있다. 철이와 수경이는 ‘다른 성향’과 ‘집안일’ 둘 다 겹쳐서 문제가 깊어져 왔었다. 

수경이 말로는 철이는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철이는 독립해 본 적이 없는 남자로 결혼 전까지 부모님 밑에서 집안일을 돕는(?) 정도의 역할을 하던 아들이다.

“수경아, 독립해 본 적이 없는 철이가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독립해보지 않은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집안일의 개념과 범위를 전혀 모른다는 것인데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고, 스스로 경험하지도 않았기에 최고로 무지한 수준이라고 봐야 해. 가장 먼저 ‘개념’을 정립해야 하는데 네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어.”

“내가? 내가 뭘 잘못하는데?”

뾰로통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수경이 얼굴엔 ‘넌 항상 철이 편이지..’라는 의심이 담겨있다. 

“아까 ‘여러 번 부탁해도 쓰레기 한 번을 버려주지 않아’라고 했지? 이 문장에서 너의 생각이 읽히고 있는데 그 생각이 문제라는 거야. 넌 ‘부탁’, ‘버려준다’라는 표현을 썼어. 이 문장은 이런 뜻을 담고 있지. ‘쓰레기 버리는 일은 내 일이지만 철이가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라는 뜻 말이야.”

“….?”

“수경아, 집안일은 누구 일이지?”

“… 우리.”

“그런데 왜 부탁을 해? 왜 도움을 받지?”

“… 너무 안 하니까.. 부탁하게 되지..”

“여기서 네가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있어. 너 조차도 집안일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는 사실이지. 그런데 이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한국문화에서 교육받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집안일은 여자의 일로 여기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시대가 변하면서 여자들이 집안일을 자신만의 일로 여기지 않기는 하지만 집안일의 ‘주체’가 자신이라는 사실은 버리지 않고 있는 거지. 바로 너처럼 말이야.”

남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면 끝이 없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많은 여성이 힘든 일이 발생하면 남자에게 의지하는 이상 남녀평등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집안일의 주체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남자들이 여자를 인정하는 것에 비해 여자가 스스로를 인정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다. 그만큼의 권한을 갖는 만큼 책임 또한 커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친구와 동거한다고 생각해 봐. 집안일에 대한 책임 분배가 동일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개념은 그렇지 않냐는 거지.”

“맞아. 당연히 그렇지.”

“그럼, 철이하고도 그렇게 생각해?”

“…. 아닌 것 같아…”

“그러니까 너부터가 개념을 확실히 정립해야 해. 무지한 철이에게 개념과 범위를 알려주고 상의해나가야 하니까. 결혼을 하면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게 되지. 살림살이를 위해 발생하는 집안일은 생각보다 많아. 그렇지? 청소, 빨래, 설거지, 장보기, 요리, 집수리, 쓰레기 배출, 옷 정리, 자금관리 등.. 아이를 낳으면 더 많은 일이 생기지. 밥 먹이기, 목욕시키기, 아기 빨래, 아기 옷 정리, 재우기, 어린이집/학교 보내기, 데려오기 정도가 집안일에 추가돼. 

이 일들은 모두 ‘부부’의 일이지. 주체가 ‘우리’라는 거야. 그렇다고 꼭 5:5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선이 필요한 건 맞지. 만날 때까지 이 정도만 생각해보고 와. 이번엔 가사분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잘 생각해 보고 와~”

“웅.. 알았어..”

며칠 후..

만나기 전부터 철이가 가사분담을 거부하거나 집안일의 주체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 보수성향을 가진 상남자인 철이가 잘 받아들여줄지..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했다. 

“오늘은 집안일에 대한 다툼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가사분담을 해볼까 해. 철이한테 질문 하나만 할게. 너네 집 집안일의 주체는 누구지?”

“.. 나랑 수경이?”

“굿! 맞아. 바로 너희들이지. 너희 부부. 그렇다면 가사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여?”

“웅, 그래야지. 사실 명확하지 않아서 더 도와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야.’

“노노! 돕는 게 아니야. 철이 너도 집안일의 주체이기 때문에 알아서 해야 하고 일을 겹쳐서 하면 잘 모르니까 가사분담을 하자는 거지. 분담해서 집안일을 담당한다는 것에 대해 받아줄 수 있어? 사실 이걸 묻는 것도 이상한 거지. 당연히 너의 일이야. 너와 수경이가 함께 해야 하는 일.”

“그래, 그렇게 할게.”

어떻게든 이혼을 면하려고 노력하는 철이의 태도에 안심이지만 한편으론 진심이 아닐까 봐 걱정된다. 좋아졌다가도 다시 같은 문제들로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기에…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너네가 생각하는 집안일이 뭐 뭐 있어? 적어봐. 그다음엔 합리적인 결론이 나게 서로 상의해서 담당을 정하면 될 거야.”

“음.. 그래.”

참!! 가장 중요한 게 있어. 담당을 정하면 서로 잔소리하면 안 돼. 
일을 안 하더라도 뭐라고 하면 안 돼.

내가 결혼했을 때 가사분담표를 만들어서 담당을 정한 후 싸인까지 했다. 그런데 분담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그다음이 문제였다. 서로의 일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못하면 못한다고 지적하고 안 하면 안 한다고 지적했다. 서로에게 지적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잘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좋아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그 관계가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초기에 설거지 안 하는 남편에게 지적 안 한다며 2-3주 동안 돕지도 않고 모른 척했다. 당시에는 한두 번 도와주면 제대로 담당을 안 해서 내가 다 하게 될까 봐 두려웠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빡빡하게 굴었던 것 같아서 창피하다. 그래도 독립 안 해본 남편과 살려면 독하게 굴어보는 것도 좋은 방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움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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