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참 좋아한다. 살아온 내내 학업을 멈춘 시기가 거의 없었고 학업을 마치고 공부를 안 하는 텀이 생기면 사립학원이나 다른 교육기관이라도 다니면서 배우는 걸 좋아했다. 물론, 어린 아기를 키우며 창업을 했을 때도 석사공부를 했던 나다. 어쩌면 공부는 내게 숨 막히는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어둠 속의 달빛 같은 존재일 거다.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우리 가족은 그냥 관광비자로 시작했다. 6개월 여행 계획으로 왔던 것이기에 한 번의 비자런으로 6개월 살이가 가능했다. 3개월 살아본 후 나는 말레이시아의 매력에 빠졌고, 한국을 떠난 이유들이 이곳에서는 해결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가장 큰 매력은 다민족 국가로 ‘다름’이 당연한 차별이 불가능한 문화라는 것이었다.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기로 하고 우리 부부는 비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고 해도 가디언 비자는 한 명밖에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소한 문제가 우리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었버렸다. 남편은 4년제 학사졸업이라 이곳에서 학사나 석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석사학위가 있어서 석사나 박사를 해야 했는데 석사는 고작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프로그램이라서 비자도 그 기간만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싫어하는 남편은 입학을 거부했고, 공부를 좋아하는 나는 입학을 거부하지 않았다. 결국, 나의 박사학업의 여정은 단순 학생비자를 위해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문제로 어학을 2년 하고 박사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2년 차가 되었다.
“여기서 왜 박사공부를 해요? 차라리 한국에서 하지.”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며 말을 하기도 하고, 나 또한 이 생각을 하며 시작 전에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학업을 시작하며 이런 편견은 완전히 사라졌다.
# 글로벌한 문화와 연구범위
말레이시아는 세 민족이 사는 나라여서 학생들도 여러 민족이 함께한다. 또한 외국인 학생들도 많아서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계 학생들도 포함하면 최소 7개국 정도의 학생이 함께 공부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양에서 온 학생들은 극소수이지만 다양한 문화와 영어발음에 적응하며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 다음으로 글로벌 기업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라는 말이 사실로 느껴진다.
한국에서 석사공부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다양성에서 토론의 질도 높게 느껴진다.
논문을 찾고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전 세계의 논문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나의 지식수준을 높이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 해외 학위와 결합된 프로그램
말레이시아 대학교에서는 학사부터 박사까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해외 학위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호주나 영국의 대학교와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학사의 경우에는 2년은 말레이시아에서 2년은 해당 국가에서 공부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서 굳이 해외유학을 1학년부터 가지 않아도 된다. 박사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해외 학위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 비싼 학비를 내고 온라인 위주로 유럽의 박사학위를 하는 것에 비해 가성비도 효율도 뛰어나다고 본다.
#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업지원 시스템
말레이시아 대학교에서는 영어로 된 논문 자료를 찾거나 활용하기가 편리하고, 글로벌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에 시스템 사용하는 어떤 순간에도 사소한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없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석사공부를 하는 당시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 내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글파일을 활용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맥 OS를 사용하는 내게 많은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모든 유료라이선스를 제공하여 웹상에서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 이메일도 자료도 공지도 모든 같은 시스템 내에서 서로 연계해서 사용한다. 학비내역, 개인정보, 행정업무 신청, 결제여부 및 영수증 등 UI가 조금 불편해도 이용이 불편해서 문제 되는 일은 없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는 구글 기반의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어설픈 현지화된 시스템보다 글로벌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IT업계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글로벌화되지 않은 현실이 숨 막히게 느껴졌었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온갖 글로벌 서비스와 결제방식 등이 한국에서는 제한되었거나 대중화되지 않은 것이 많다. 따라서 해외에서 보면 한국만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물론, 이런 현실 내에서 기술적으로 앞서 나가는 우리나라의 IT회사들에게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