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녁 6시가 되면 4시경부터 어린이집에 혼자있는 아들, 행복이를 데리러 간다. 매일 일이 많아서 초스피드로 달려가도 6시 전에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린이집 벨을 누르면 “엄마!!!”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21개월 된 아들 행복이가 버선발로 달려나온다. 이렇게 버선발로 달려나오는 아들을 보면 내 생애 나를 이렇게 반기는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한 없이 기쁘다. 우리는 만나면 뽀뽀세레와 함께 꼭 껴안아준다. 그리고는 걸어간다.
나는 출산과 함께 요리를 그만뒀다. 이유는 그저 힘들어서이다. 출산 전에는 남편의 아침도시락을 밤마다 요리해서 싸줄 정도로 적극적으로 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출산 전과 동일하게 하기가 어려워졌다.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요리하는 시간만 필요한 게 아니다. 장을 봐야 하고, 재료를 관리해야 하고, 요리할 준비를 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정리하고, 오랜된 음식을 버려야 한다. 우리집은 남편이 설거지를 해주기 때문에 설거지는 빠지지만 그래도 할애되는 시간이 많다. 다행히 남편이 저녁까지 회사식당에서 해결하고 오니 마음편하게 요리를 그만뒀다.
이유식을 만들어야 할 때는 전기밥속에 1주일치를 한번에 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우리 행복이는 안쓰럽게도 한 두가지 맛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손으로 이유식을 만들어줬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됐었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손수 이유식을 해먹인 것을 후회한다.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만으로 이유식을 먹여서 그런지 아이가 육식을 거부한다. 단백질 부족으로 발톱이 힘이 없이 잘못 자란 것을 보면 미안하기만 하다. 둘째는 꼭 사서 먹이리라.
행복이가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동네 식당을 순회하고 다녔다. 조미료 안쓰고 집밥처럼 정갈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다 ‘엄마밥상’이라는 곳에 정착했다. 엄마밥상은 오랜 경험이 있는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인데 어쩜 매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고 정말 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하고 맛있다. 엄마밥상 아주머니를 나는 어머니라고 부르고 우리 행복이는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밥 먹으러 다닌지 언 1년.
나와 행복이는 어린이집에서 만나 뽀뽀세레를 마친 후 엄마밥상으로 걸어간다.
내가 요리를 안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아이와 있는 시간에 오로지 아이에게 집중하기 위함이다. 워킹맘으로써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하는데 함께있는 시간만큼이라도 아이와 깊이있는 관계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싶다. 재밌게 놀아주고 공감할 줄 아는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다. 주방에 서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노는 행복이가 싫다. 나의 등이 아닌 얼굴을 보고 있는 시간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는 요리를 그만뒀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행복이를 보면서 나의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함께 있는 엄마가 아닌 함께 하는 엄마가 될거다.
“행복아, 엄마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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