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노마드의 삶, 해외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돈과 시간의 손해는 나의 몫

여유로운 말레이시아 문화는 사업가에게 치명적 리스크

디지털노마드 삶을 꿈꾸고 한국 사업을 리모트워킹 시스템으로 바꾸고 이곳, 말레이시아로 이주했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 간 괴로운 삶이 이어졌지만 여러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따뜻한 미소를 지닌 현지 사람들, 여유로운 분위기, 깨끗하고 안전한 주거환경, 맑고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매력적인 날씨. 모든 것이 나를 만족스럽게 했다. 굳이 단점을 하나 꼽는다면, 모든 행정업무 처리가 늦다는 것뿐이었다.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많은 단점을 얻게 된 것이 지금 나의 슬픔이다. 

이 나라는 사업 안 하고 직장인을 하거나 돈 쓰기만 하고 살면 최고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나는 나의 도전정신을 제지하지 못하고 이곳에서도 사업을 시작했고, 그에 대한 단점과 대처방안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 전문지식 없는 전문가

처음 법인을 설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많은 전문가와 회사들을 찾고 의뢰를 해왔다. 이 모든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은 전문가로 느껴지는 전문가를 만나기 어렵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너무 찾기 쉬운 전문가 다운 전문가를 여기서는 찾고 찾아 겨우 만나면 행운이다. 

예를 들면, 법인 설립 시 외국인 자본 100%는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49% 이하만 가능하다 등 모든 에이젼시가 다른 안내를 한다. 나는 외국인 자본 100%를 원했기에 가능하다고 하는 에이젼시를 골라서 법인 설립을 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안된다는 소리를 내게 한다. 내가 직접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몇 번을 확인한다. 

세무사사무소도 수준이 천차만별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뢰를 하고자 상담을 하면 어떤 서비스를 의뢰할 건지 되려 물어본다. 법인 운영에 필요한 필수 서비스 내에서 안내해 달라고 해도 나보고 고르라며 엄청난 서비스 리스트를 전달한다. 나는 결국 회계 업무 내용들을 마스터해야 했고, 현지 사업가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지식을 쌓은 후에 의뢰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 회사에 인테리어를 의뢰해도 매한가지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겨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기 때문에 모든 결정을 내가 해야 한다. 카운터 바 높이를 몇으로 하냐고 묻길래, 일반적으로 몇으로 하냐고 되물었다.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아서 내가 결정해 주면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확정하는 거 맞아? 정확히 결정해.” 이 질문은 내게 두려움을 준다. 모든 책임은 너에게 있다는 암묵적인 확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방 동선에 맞게 주방기구 배치하는 것까지 물어보는 건 알겠는데 디테일한 사이즈에 대해서까지 본인의 의견 없이 일일이 물어보는 건 대답하기 정말 힘들었다. 인테리어는 약속보다 오래 걸렸고 그동안의 월세는 나의 책임이었다. 

결국, 나는 법인 설립부터 회계, 인테리어까지 온갖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쌓은 탁월한 능력자로 거듭났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으면 나와 같은 지인에게 추천받아서 업체를 만나는 것이 방법이다. 

# 기준 없는 견적가

위와 같은 이유로 전문가 집단을 만나기가 힘든 것보다 더욱 힘들었던 과정은 의뢰할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금액이 너무 천차만별에 비교분석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었다. 전문적인 능력이 있어 보이는 느낌은 있지만 알 수 없는데 말도 안 되는 견적가를 부르는 것을 믿고 맡겼다간 돈만 날리기 일쑤였다. 심지어 견적요청을 해도 한 달 동안 견적서를 안주는 업체도 수두룩 했다. 다들 먹고사는 게 걱정 없는 느낌으로 계약을 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이런 차이로 나에게 문제가 되는 건 불필요한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이었다. 여러 곳에 물어봐야 하고 답변을 안 하면 다시 확인해야 했으며, 의뢰 확정을 한 후에도 계속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신속하게 업무처리 해주는 경우에는 터무니없는 견적가, 그나마 적절하다고 생각한 견적을 받아도 막상 일해보면 소통이 안되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졌다. 오래 기다리다 겨우 진행하더라도 적절한 가격에 적당한 업무능력을 갖춘 업체를 만나야 했다. 

나름 노하우가 생겼는데 시간을 허비하더라도 가능하면 무슬림 사람들 중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건 인종차별이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에서 오는 확률 판단이다. 차이니즈 말레이시안 분들은 그나마 일을 잘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견적가나 사기꾼 스타일을 만날 확률이 좀 있다. 하지만, 무슬림 말레이시안 분들은 터무니없는 견적과 사기당할 일이 현저히 낮다. 문제는 업무능력이 없거나 너무 느린 경우인데 소통해 보면 이런 경우는 조금 거를 수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휴일

세 인종이 어우러져 사는 말레이시아에는 큰 명절이 3번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모든 명절에 다들 같이 쉰다는 사실이다. 일 년에 설날이 3번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인 휴일이 아니라 큰 명절이니 그 시기마다 다들 마음이 들떠있기도 하고 가족적인 시간을 많이 보낸다. 장기여행을 많이 가기 때문에 연차는 다 붙여서 쓰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이런 명절 외에도 휴일이 꽤 많은데 샌드위치 휴일은 무조건 그냥 쉰다. 주말이 휴일이면 당연히 대체휴일이 존재한다. 선거 후 공약으로 갑자기 쉬는 날로 지정하기도 한다. 

아이 학교에서 어느 날 온 공지메일에는 내일 쉰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이 들어있기도 한다. 

직장인이나 여행자, 단기살이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즐겁고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사업가는 다르다. 직원들이 쉬어야 해서가 아니다. 모든 행정업무 및 소통이 멈추는 것은 비즈니스 성장에 브레이크로 작용한다. 고객들과 거래처 모두 쉬니 비즈니스가 운영되는 일수도 그만큼 줄어든다. 

나의 큰 실수는 이러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피스 건물에 카페 겸 식당을 오픈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다른 전반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선택한 위치이고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이 쉬는 줄 알았다면 고민을 했을 것은 확실하다. 

일반적인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면 이러한 환경에서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계산하고 해야 하며, 오프라인 매장을 하고자 한다면 가능하면 [노는 시간]에 많이 가는 장소와 사업분야를 택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리스크가 리스크로 남을지, 경쟁률을 낮추고 성공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줄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지는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마음을 버리지 않는 정직한 사업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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