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페미니스트가 맞지만 제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한, 인생 설계에 걸림돌이 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반하고 있을 뿐이지 운동을 하거나 논쟁을 즐기거나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굳이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미약한 제 지식으로는 최근 본 글 중 가해자를 동조하는 너무나 완벽에 가까운 논리적인 글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페미니즘, 휴머니즘에 대한 언쟁이나 불편함을 내비치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폭력과 성범죄를 우리들 인식에 명확한 범죄로 각인시킬 수 없을까요?
# 자신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가해자와 입장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폭력과 성범죄에 대해 모두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공감대 형성이 얼마나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가해자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범죄는 일반화가 되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일반화된 범죄는 당연히 미약한 처벌을 받게 되고 이런 문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법적으로나 우리나라에서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폭력이나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우리나라에서 특히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것이 이러한 사회 문화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많은 통계나 자료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언론이나 여론의 뭇매가 가혹하다고 여겨진다면 법적 처벌이 가혹해지면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아동 폭행이나 성범죄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범죄자에게 세상 따뜻한 나라가 없지요. 지속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인성이 바뀌거나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 두려워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라고 뽀뽀나 가벼운 스킨십을 함부로 해도 되는 문화를 옹호하는 사람이 많은 한, 성범죄자가 도망갈 구멍은 줄어들 리 없으니까요.
# 가해자와 입장을 동일시하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범죄의 정도가 궁금합니다.
폭력이나 성범죄 미투의 경우 과거의 일이라도 실제 강간의 경우가 많고 성희롱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의 삶을 뒤흔들 정도의 심적 피해까지 입힌 경우에 복수극이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심적 괴로움은 상대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눈 앞에 자주 나타나면 날수록 더욱 가중되는 것도 현실이겠지요. 저 또한 학창 시절에 많은 매질과 벌을 받았습니다. 말씀처럼 저 또한 폭력이 난무하는 학창 시절과 폭력을 행상하는 선생님들을 만났으니까요. 하지만, 성공하신 모습을 지켜볼 수 없을 정도로 기억에 선명한 선생님은 단 두 분입니다. 성추행을 여러 차례 했거나 엎드려뻗쳐 시킨 후 구둣발로 머리를 찍거나 얼굴을 수 차례 손바닥으로 내리친 경우는 꼭 폭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존경받아서도, 중책을 맡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자들과 비슷한 범죄를 하셔서 가해자와 입장을 동일시하시는 건가요? 상대방이 한 평생 기억하고 이를 악물게 할 가해를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저는 정치를 하시거나 명예를 중요시하는 직업은 갖지 않으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지만 문화적 특성상 살면서 사소한 가해를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하지만 생각이 나지 않으시나요? 그렇다면 굳이 가해자들을 옹호할 필요는 없이 앞으로 비슷한 실수를 안 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생각이 나신다면 그 피해자를 찾아서 사과를 하시면 됩니다.
# 마녀사냥이 아닌 사과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데 사과의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가해자에게 사과의 기회가 없었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지금과 같은 문화가 지속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하고 싶거나 명예로운 삶을 꿈꾼다면 과거 나의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시면 됩니다. 기회가 없었나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중요했고 피해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깨달아야 합니다. 가해자가 기억하는 한 사과의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만약 가해자가 기억하지 못했거나 사과할 기회가 없이 언론의 뭇매를 맞게 되었다면 안타까운 일은 맞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SNS나 언론의 문화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만약 사소한 범죄의 경우에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태도로 여론은 진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잃은 것이 안타깝고 서글프다면 그것도 공감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는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단호한 마음입니다. 폭력과 성범죄에 휘말린 과거가 있다면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입니다.
박원순 시장님 좋아했습니다. 그의 목숨이 안타까워 가끔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신뢰를 갖고 살아야 합니다. 사실이 아닌 문제로 누명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법적인 절차로 꼭 해결해야 합니다만, 실제 일어난 범죄라면 안쓰럽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만 가혹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잣대로 다른 정당의 다른 국회의원도 모두 가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폭력과 성범죄는 문화적 특성이 아닌 동일한 문화 안에서도 인격이 반영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작든 크든 범죄입니다. 동조하지 말고 반성만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저 또한 피해자이고 가해자 맞습니다. 학창 시절 클럽활동에서 후배들을 괴롭혔고 팀장을 하면서 팀원에게 함부로 대한 경우도 많습니다. 창업을 하고는 직원들에게 능력 운운하면서 진정한 갑질을 한 경우도 많아서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말 반성합니다. 제 스스로가 창피하기도 하고 그들에게 직접 사과한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기억하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가지고 가야 할 마음의 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진정으로 피해를 줬다는 마음이 들고 미안하다면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어서 다른 피해자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나를 가해자로 취급하더라도 저는 가해자에 동조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내가 같은 범죄자가 되더라도 저는 저의 범죄를 일반화하지 않겠습니다.이것이 오히려 언젠가 받을 수도 있는 마녀사냥을 피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무리 강력하게 대응해도 근절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주 조금 바뀔 뿐이지요.
세상의 모든 차별은 사회문화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생각하는대로 한 명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지요. 따라서 한 사람을 미워하고 욕한다 한들 실질적인 해결방법이 아닌 것에 대해 동의합니다. 따라서 저도 그들을 비난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저는 제 남편에게, 제 아들에게 가해자가 되지 말자고 얘기하고 제 지인들이 제게 모르고 행하는 가해를 차단합니다. 친언니에게 어릴 때 받았던 폭력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아픈 상처를 얘기했고,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남겨질 거라고 전했습니다. 성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왜 그 말이 범죄인지 내가 왜 듣기 싫은지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제가 아무리 신사적으로 제 삶의 불편함을 바꿔가기 위해 모두와 노력해도 그 변화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마녀사냥처럼 보이는 언론의 뭇매를 맞는 어떤 가해자가 겪는 벌을 보고 두려움을 갖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성희롱이 범죄로 기사화되면서 많은 남성들에게 “이제 회사에서 조심해야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겪어왔던 온갖 성희롱을 떠올려 보면서 이제라도 조심한다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체벌이 아동학대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던 남편도 사소한 아동학대 범죄 기사들을 접하면서 생각을 바꾼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폭력가 성범죄를 범죄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바로 이 글과 여기 댓글들이 그것을 증명하지요. 사소한 범죄가 반복해서 피해자 한 명 죽이는 일이 너무나 쉽습니다. 사소하니까. 가벼우니까. 나도 그런 적 있으니까. 이런 이유로 가해를 동조하는 문화가 지속되는 한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까요?
10살 아들을 두 대 때려 멍들게 한 부모가 징역 10년을 받는 기사가 나오면 어떨까요?30대 여성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상사가 징역 30년을 받는다면 어떨까요?아동 성범죄자가 징역 120년을 받는다면요?
# 저 또한 마녀사냥이 두려워서가 아닌, 징벌이 두려워서 폭력과 성범죄가 근절되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그전까지는 마녀사냥이라도 옹호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