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노마드의 삶, 해외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여보, 나랑 페미니즘 공부하자

지금까지 억세고 성깔 있는 여자 취급을 당한 것이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은 최근 2-3년 사이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알지도 못했고, 성차별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고 지금까지 38년을 살아왔다. 무지한 것에 더해 교육받은 일도 전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기 내내 가정 내에서 성차별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혼가정이었던 우리 집은 엄마와 딸 셋에 아들 하나로 여성의 파워가 강력했고, 모든 형제자매가 독립적으로 살아왔다. 가난을 이유로 친척들과도 멀어진 상황이기에 명절에도 가부장적인 상황에 처하는 일이 없었다. 엄마가 가지고 있던 젠더 개념이 철저하게 옛날 어르신들과 같아서 여자로서의 희생을 강요했지만, 이미 독립적으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너무나 당당하게 한 명의 사람으로 살아오다가 결혼 후, 출산 후의 나의 삶은 놀라울 정도로 힘들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의 가사, 육아 노동자로 전락한 채로 세월을 보내면서 [불합리]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3-4년 동안의 나의 소원은 [혼자 잠자기]였다.

수박 겉핥기 정도지만,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내 삶의 불합리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 이상 나는 이 삶을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겐 정신적 행복감을 받쳐줄 수 있는 신체적 편안함이 필요했고, 어떠한 방법이든 지혜롭게 찾아내야 했다.

엄마 페미니즘 부너미의 글쓰기 모임은 내게 태양과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그녀들은 젠더 문제를 공격적으로 대응하지도 않았고, 변화의 주체가 사회나 환경보다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남편과 아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자 하는 내게 적대적인 페미니즘은 기피대상이었기 때문에 마음의 불편함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출판 프로젝트,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많은 고민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고, 내가 원하지 않는 지금의 삶을 조금 더 신속하게 변화시키기로 결심했다.

나는 남편과의 힘겨운 동거를 그만두고 싶었다. 지칠 대로 지쳐가는 내게, 남편의 시간과 노동이 필요했다.

남편의 퇴사 계획의 시작은 우리 가족의 해외살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혼자만의 가사, 돌봄 노동을 그만두고 가정 내 노동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나는 2년 간 사표를 가슴에 품고 출퇴근을 반복하던 남편의 퇴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고, 드디어 2018년 11월에 남편이 퇴사했다.

행복한 나날을 꿈꾸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퇴사 3일 후 부부싸움을 크게 했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아이의 등하원 담당 문제였다. 맞벌이를 하면서 내가 모두 맡아했는데 나 혼자 외벌이 상황에서는 반반으로 하자고 하는 남편의 요구가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당당하게 자기가 노동의 주체가 되지 않겠다는 남편의 말에 기가 찼다. 남편이 남자이고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불합리한 요구가 가능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톡방에 남편에 대한 푸념을 했다.

“맞벌이할 때는 가사든 육아든 나 혼자 다했는데, 이제 나 혼자 일하는데도 남편이 반반 하자는 거 있죠? 백수 주제에!”

글을 올리고 나서 뭔가 머쓱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2-3일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조차도 아무렇지도 않게 퇴사한 남편을 무능력한 백수로 매도한 것이다. 그리고 남편을 가사, 돌봄 노동의 주체인 주부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버린 “백수”라는 단어에서 내 내면의 모순을 깨닫고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내 생각도 이러하니 남편 입장에서 집안일이나 육아를 반반하자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였다.

경제적인 역할을 잠시라도 멈추었을 때 남자들이 받는 취급은 처참하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크나큰 두려움을 가져다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부의 역할을 열심히 하면 더 힘든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생각해보니, 퇴사한 남편의 괴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요. 잘했어요. 사표 내기까지 많이 힘들었죠? 앞으로 원하는 인생 찾아내려면 더 힘들 수 있지만 마음만은 편안하기 바라요.”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남편에게 내가 처음으로 보낸 문자이다.

지금까지 나는 나만 행복한 게 미안했고, 그가 불행한 것이 가슴 아팠다. 그런데 경제적 역할을 잠시 쉬고 있는 지금도 그가 불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것을 바라기보다 나와 내 남편이 서로에게 스스로에게 역할을 강요하며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을 요구하고, 역할을 부여하는 건 어느 누구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여자다움’으로 인해 힘들 때, 남성들도 ‘남자다움’으로 인해 힘들다.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민감하게 바라보고 ‘당연하지 않다’고 느끼는 감각,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zation)은 나부터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여보,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페미니즘을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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